아무거나 씁니다

글씀[Q] Into the same black holes and black mistakes
DD 22-12-31 05:40 60

※※※ 크리그어 2부와 3부(TFR) 사이 이야기입니다. ※※※

※※※ 스포일러 주의 ※※※

※※ 퇴고 안 함 주의 ※※

 

♪ Starset - Die For You 

 

 

 

 

 

 

 

 

 

 

 

 

 

 

 

 

 

 

 

 

※※※ 스포일러 방지 줄간격 ※※※ 

 

 

 

 

 

 

 

 

 

 

 

 

 

 

 

 

 

 

 

 

 

 

 

 

 

 

 

 

 

 

 

한 사람의 희생으로 세계에 평화가 찾아왔다.

이렇게 간결한 문장으로 모든 것이 설명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늘을 찢어놓은 악몽이 사라지고, 악몽이 무너뜨린 잔해 속에서 우리는 살아남았다. 살아남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36구의 AOC 대원 시신이 확인되었고,  민간인 수천명의 사망 및 실종 신고와 수만명의 중경상 보고가 집계되었다. 모든 문서를 훑어보아도 네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고작 그 이름 석자를 찾지 못해서 현실을 외면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봤으니까. 내가 인지하지 못 한 그 순간, 너는 무언가를 선택했고, 그것을 행했다. 말할 것도 없이 악몽을 부순 것은 분명 너였다. 회색빛 재와 흰 눈이 바람을 타고 휘날릴 때, 너도 흩어져갔다. 눈을 감았다 뜨고, 그것은 단지 착각이었고. 사실 너는 사라진 게 아니라 제 기능을 하지 못 한 내 손이 너를 놓쳐 아래로 떨어진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 생각할 수도 없었다. 점차 가벼워지던 무게감을. 손이 기억했다. 빈 손으로 바닥을 긁어 재와 그을음이 섞여 더러워진 눈을 쥐던 감각도 잊지 않았다. 그 뒤에 나는 무엇을 했지? 한동안 허공을 올려다보았던 것 같다.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오고야만 몸뚱이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없었고. 지금까지의 일들을 멋대로 정리하는 머릿속이 다른 생각을 하기를 막았기 때문이었다. 아. 그래. 네가 세상을 지켰다. 어릴적에 동경하던 영웅마냥. 

 

“하.”

 

다시 떠올리니, 헛웃음이 터졌다. 이렇게까지 안 어울릴건 뭐람. ‘정의의 히어로 안지안.’ 본인이 직접 들었어도 진저리쳤을 문장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우리에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곳곳에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곡소리가 났다. 절뚝이는 걸음으로 조금 둘러봤을 뿐인데도 모든 것이 처참하기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위기의 순간에 침입해오는 크리처가 없다는 것일까. 이 상황에 2차 전투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감히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순 없으니, 남은 AOC 대원 중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을 선별해 경계를 하곤 있지만…. 턱없이 모자라다. 다친이를 치료해줄 이도. 갇히고 깔린 이를 구조해줄 이도. 할 수만 있다면 다시 C.V를 받아들여 기적적으로 몸을 회복시키고, 직접 움직이고 싶을 정도였으니. 그러나 그런 요행은 바랄 수 없다. 바라다가도 바라기를 그만 뒀다. 그것이 세계에 무엇을 불러왔는지. 전부 알아버렸으니까. 괜찮아. 어떻게든 할 수 있어. 적어도 우린 살아있으니까.

 

살아만 있다면, 다시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반드시.

 

 

 

* * *

 

 

 

시간이 흘러 안전지대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물론 상대적인 표현으로 객관적으로 보자면 여전히 불안정했다. 무너진 AOC, 무너진 정부, 무너진 연구소. 단단한 벽이 허물어지자 그 안에 꽁꽁 숨겨두었던 ‘비밀’들이 퍼져나왔으니까. 전부 우리가 밝혔던 것들이다. 그들이 하던 크리처 계획, A시의 사고, 악몽을 불러버린 연구, 방주 계획. 사람들은 그 책임을 물으며 하나 둘 일어섰다. AOC나 정부 내에서도 그다지 단결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이 틈을 타 배신에 배신이 이어졌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며 다투던 이들이니 어찌보면 당연했다. 시위대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그것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자 비폭력을 고수하던 시위대는 혁명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폭력을 손에 쥐기로 결심했다. 그래. 그러니까 이 사람이 내 앞에 있지.

 

“내 다시 한 번 부탁하네.”

“처음 찾아오시고 1년 정도 지났던가요.”

“그때는 문 앞에서 쫓겨났지.”

 

그러니 오늘은 긍정적인 답을 기대하고 있다네. 회색 머리카락을 질끈 묶어올린 이가 손끝으로 머그잔을 두들기자 자기와 손톱이 맞닿는 소리가 맑게 울렸다. 깊어지기 시작한 눈가 주름에도 검은 눈동자는 여전히 올곧았다. 굳게 다문 입은 고집있어보이고 실제로도 그랬다. 고집이 강한 자가 남들 위에 서면 그것은 의지가 되고, 방향표가 되어 리더쉽으로 변한다. 강원화. 지금 안전지대 곳곳에서 생겨나는 혁명단중 제일 규모가 큰 곳의 리더. 1년 전 혁명단에 합류하길 권하러 찾아왔지만 거절했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현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의 저울에 추를 올려놓고 싶지 않기도 했고, 아직 돌보고 신경써야할 구역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지만. 지지부진한 대립이 언제까지고 이어지는 것도 좋지 않았다. 힘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자진해서 무너지길 기다리기보다 한 번에 갈아 엎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겨우 살아남은 세상을 오랜시간 혼돈에 방치하는 일을 그만 멈춰야했다. 느슨하게 흘러내린 옷을 추스려 올리며, 내 몫으로 내려둔 머그잔을 쥐었다. 따스한 온기가 건조하게 식은 손바닥 안에 맴돌았다.

 

“단순히 ‘힘’을 빌리러 온 게 아니란 건 압니다.”

“호오? 단순히 주먹만 쓸 줄 아는 건 아니란 말이지?”

 

누가 봐도 떠보는 식의 말에 응해줄 생각은 없다. 혁명단이 힘을 쓰기로 한 이상. 이들은 더 많은 힘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지지와 명분도 필요했다. 예를 들면… 정부와 AOC의 연구에 희생된 최강인류. 그리고 ‘그 영웅’의 파트너가 함께 한다던지.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할진 몰라도, 그것만으로도 얻어지는 것이 있으니 굳이 찾아온 것이다. 물리적인 힘도 포함해서. 한참을 입을 다물고 있어도 강원화는 인내심 있게 내 말을 기다려주었다. 두 사람분의 숨소리가 적막을 야트막이 흔든다. 말문을 트기 전. 잔을 들어 입안을 적셨다. 마시기에 적절한 온도였음에도 껍질이 얇아진 입술에는 뜨겁게 닿았다. 앞으로 뱉을 결정이 쉬이 나올 것이 아님을 말해주듯.

 

“전 남은 사람들을 더 안전하게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

“지금 상태의 정부는 안전과는 거리가 멀죠.”

 

수락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그가 손을 내밀었다. 하기로 결심한 이상 망설임은 없어야 할 것이다. 가벼운 악수 뒤에 그 뒤의 계획에 대한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네가 없어지고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기에 혁명이 성공하고,

새로운 체제의 안전지대가 시작되었다.

 

 

 

* * *

 

 

 

그 뒤로는 비교적 순조로웠다. 새로운 정부, 새로운 의회, 새로운 사람들. 강원화는 지난 정부의 부조리를 알고 있었고, 우리는 훌륭한 반면교사까지 있었다. 혼란이 잦아들고, 사람들은 새로운 안전지대에 적응하며, 서서히 회복하고 있었다. 무너진 건물을 전부 다시 세우는 것은 어려웠지만 잔해를 치우고 길을 복구할 수는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희망이 보이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래. 분명. 이대로 괜찮아 질 것이라고….

 

 

 

* * *

 

 

 

이 모든 시간동안 놀랍게도 어떤 크리처도 발견되지 않았다. 적은 인원이긴 해도 경계를 게을리 했을리 없다. 수많은 추측이 거론되었다. 정말 크리처가 모두 사라진게 맞다느니, 악몽을 피해 도망친 거라느니, 그때 찢어진 하늘로 모조리 빨려들어간 거라느니. 무엇하나 그럴싸하지 않은 것이 없고, 또 그럴싸 한 것도 없었다. 탁상공론을 늘여놓기 보다 사람을 선별해 ‘확인’을 하기로 결정하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불확실한 위험이 가득한 안전지대 외부에 나서는 일에 내가 자원하는 것도 당연했고. 이참에 크리처의 멸종에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 앞으로 그릴 미래에 하나의 위험이 사라진 것을 확신 할 수 있다면. 

 

그런 희망을 바랐던 것도 같다.

 

 

 

* * *

 

 

 

우리가 밟은 땅, 어디를 둘러보아도 크리처는 보이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

 

 

 

* * *

 

 

 

.

.

.

 

그리고 돌아와 내가 본 것은…

 

 

 

* * *

 

 

 

불타오르는 땅. 타오르는 도시. 비명. 비명. 비명. 절규. 울음소리. 정신 차린 몇몇이 불을 끄려고 노력했지만 불은 무슨 짓을 해도 꺼지지 않았다. 기묘한 색을 띄고, 넘실거리며 불이 붙지 않은 것을 생물 무생물 가리지 않고 탐욕스럽게 삼키는 그것이 평범한 불이 아니란 건 모를 수가 없었다. 간신히 사람을 대피 시켰지만, 작은 불이라도 옮겨 붙은 사람은 구할 수도 없었다.

 

불은 모든 것을 태울 때까지 사그라들지 않았다.

 

 

 

* * *

 

 

 

폐허.

지독한 탄내.

절뚝이는 발소리.

지팡이소리.

처음 보는 이는 무척이나 들뜬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멋진 것을 보여주셨으니 답례를 하고 싶습니다.

“....”

자, 소원을 하나 들어드리죠.

 

터무니 없는 말. 하지만 그 터무니 없는 말에 동아줄 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원을 빌고야 말았다. 아니, 아니지. 이루어질 리 없다는 마음이었다. 그래. 하지만. 모든 것이 무너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럼…”

 

허풍같은 말에.

 

“내게-”

 

농담을 뱉듯.

 

“-인류를 지킬 힘을.

 

뭐라도 빌어보는 것이 전부였다.

 

 

네가 구한 세상을 내가 지켜야만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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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치(오늘까지 11일치) 분량의 글이 밀렸는데 뭘 써야하나 고민하다가...

작업 브금을 틀었는데 Die for you가 확 꽂히길래 이참에 과몰입 함 해보자.. 하고 써봤다..

딱히..뭐.. 더 쓸 말은 없고......

세션 로그는 안봤고 3부 진상이랑, 월드세팅만 보고 참고해가지고 좀 틀린? 게 있을? 지도 모름...

 

쓰다 말면 언제까지고 끝을 안 내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이번에는 대략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써보기로 했다.

채워야 할 분량 3,300자는 족히 채웠고...

퇴고는 안했지만(시간봄) 뭔갈 마무리 했다는 건... 드문일이라 뿌듯하군요..

이걸 태그를 해줘야 되나... ...

 

+

으악 홈 기본 폰트가 기울임이고 특정폰트를 다 씹어버려서 본문에서 이상하게 보여ㅋㅋㅋㅋㅋ

이걸.. 손봐야겠다 마음을 먹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신경 안 쓰일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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